2009년 08월 16일
탁구와 발레
발레를 배우고 싶어하는 직장인 친구의 오랜 부탁에 따라 주말 아침에 간단히 가르쳐주기로 했다. 마침 친구가 사는 아파트 단지 내에 주민을 위한 작은 피트니스센터가 있고 다목적 홀이 있는데 예약을 하면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지난주에 예약하고는 아침에 왔다. 마루가 깔려있고 거울도 있고 바도 있고 요가매트들과 오디오시설이 있는 그 작은 홀에는, 탁구치는 주민들을 위한 탁구대도 있다. 9시에 예약한 우리는 탁구를 하고 있던 부부에게 양해를 구하여 9시부터 호젓하게 발레 수업을 시작했다. 10분 쯤 바닥에서 몸풀기를 하고 있었을까, 어느 아주머니가 들어오시더니 탁구를 치시겠단다. 우리가 9시부터 10시까지 예약되어 있으니 그 이후에 사용해달라고 하자, 그깟 스트레치 할꺼면서 왜 탁구를 못치게 하냐고 다짜고짜 호통을 치며 삿대질을 하셨다. 곧이어 다른 아주머니가 오시더니 자기 친구가 같이 탁구치러 놀러온 것이고, 3주 동안 못쳤고, 남편이 골프신사회 회장이라고 하셨다. 그래서...요? 자기가 깜빡잊고 예약을 안했지만 지금까지 자기가 아침에 사용해왔으니 오늘도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탁구를 치는 주민들이 그 홀을 자주 이용해 왔는데, 그 안에 있는 탁구대 두 대 중 하나가 고장나서 한 팀만 예약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실은 우리도 저번주에 발길을 돌렸다). 우리가 탁구를 치는 것이었다면 어떻게든 옆에서 같이 치는게 가능하겠지만, 좁디 좁은 홀에서 탁구랑 발레를 같이할 순 없잖은가. 게다가 여긴 탁구장이 아니라 다목적 홀이고, 우리가 예약을 했으니 그 시간만큼은 그 안에서 춤을 추던 술래잡기를 하건 뭐라할 수는 없다. "아니, 주민도 아니신 분이 주민이 규칙에 따라 예약하고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적반하장으로 화내시면 어떻게요! " 라고 말했다....면 좋았겠지만, 나 자신이 거기 주민이 아니라 말았다.
하나 더 우스운 것은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소리를 지르시길래 바로 프론트에 가서 해결하자고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단다. 규칙대로 따지는 것보단 얼굴 붉히고 싸우는게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중이었을까? 결국 계속 언성이 높아지니 센터에서 일하는 코치들이 와서 말리다가 급기야는 매니저까지 출동, 쩔쩔매며 아주머니들을 저지하고, 화난 아주머니는 탁구채를 던지고, 그 와중에 우리는 발레음악을 틀고 탄듀동작을 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결국 10시가 되어 홀에서 나오니 골프회 사모님이라는 그분이 다가와서는 좋게 좋게 우리끼리 일로 넘어가자고 한다. 위에다가 건의할까봐 뒤늦게 신경쓰이셨나보다.
아무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자기네들이 터줏대감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젊은 것들의 말대꾸를 지탄할 때면 힘이 빠진다. 어른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것과는 별도로, 인간 대 인간으로, 그리고 이 경우에는 주민 대 주민으로 지켜야할 질서와 예의가 있지 않은가. 자신이 예약을 하지 않고도 큰소리 치는 건 그럴 수도 있고, 우리가 냉정하게도 예약한 시간을 오롯이 사용하겠다는 건 기분나쁜 거다. 왜 어른이라고 해서 자기방식대로 젊은 것들이 움직여야 하고, 그들에게 대우를 받고, 특혜를 받고, 양보를 받아야 마땅한지, 행여 그렇지 않으면 억울한 것인지?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서도, 딴지일보 기사를 내맘대로 재해석하자면 스튜디오에 톰 존스가 녹음하러 왔다고 해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비켜줘야할 일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관습법이 헌법을 이긴다는 막무가내, "아무리-해도-너는-이-세계를-바꿀-수-없어"라는 비웃음, 그리고 삶에 있어 원칙보다 유연함이 더 지혜롭다는 어른들의 충고는, 가끔 참 위험하고도 불편하다.
하나 더 우스운 것은 아주머니가 처음부터 소리를 지르시길래 바로 프론트에 가서 해결하자고 했더니 그건 또 안된단다. 규칙대로 따지는 것보단 얼굴 붉히고 싸우는게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는 의중이었을까? 결국 계속 언성이 높아지니 센터에서 일하는 코치들이 와서 말리다가 급기야는 매니저까지 출동, 쩔쩔매며 아주머니들을 저지하고, 화난 아주머니는 탁구채를 던지고, 그 와중에 우리는 발레음악을 틀고 탄듀동작을 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결국 10시가 되어 홀에서 나오니 골프회 사모님이라는 그분이 다가와서는 좋게 좋게 우리끼리 일로 넘어가자고 한다. 위에다가 건의할까봐 뒤늦게 신경쓰이셨나보다.
아무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혹은 자기네들이 터줏대감이라는 이유로, 그렇게 젊은 것들의 말대꾸를 지탄할 때면 힘이 빠진다. 어른을 공경하고 배려하는 것과는 별도로, 인간 대 인간으로, 그리고 이 경우에는 주민 대 주민으로 지켜야할 질서와 예의가 있지 않은가. 자신이 예약을 하지 않고도 큰소리 치는 건 그럴 수도 있고, 우리가 냉정하게도 예약한 시간을 오롯이 사용하겠다는 건 기분나쁜 거다. 왜 어른이라고 해서 자기방식대로 젊은 것들이 움직여야 하고, 그들에게 대우를 받고, 특혜를 받고, 양보를 받아야 마땅한지, 행여 그렇지 않으면 억울한 것인지?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서도, 딴지일보 기사를 내맘대로 재해석하자면 스튜디오에 톰 존스가 녹음하러 왔다고 해서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비켜줘야할 일은 없지 않은가? 게다가 관습법이 헌법을 이긴다는 막무가내, "아무리-해도-너는-이-세계를-바꿀-수-없어"라는 비웃음, 그리고 삶에 있어 원칙보다 유연함이 더 지혜롭다는 어른들의 충고는, 가끔 참 위험하고도 불편하다.
# by | 2009/08/16 13:23 | murmur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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