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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의 성별

서울국제 가족영화제 상영작 중 미셸 공드리의 <마음의 가시>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러갔다. 공드리가 교사였던 숙모의 인생에 대해 찍은 다큐인데, 소개문구가 암시하는 바와는 달리 대단한 비밀이나 상처가 있다기보다는 나름 평탄하게 보이는 삶에 내재된 수많은 질곡들을 잔잔하게 회고하는 작품이다. 특별히 선하지도, 언제나 올바르지도 않은 평범한 인간이 겪은 인생의 고비고비들. 그런 숙모에게 "마음의 가시"로 남은게 있다면 동성애자이자 심약한 아들과의 애증관계. 인터뷰 위주의 영상과 몇 십년 전에 촬영된 8미리 필름 영상이 한데 섞이면서 묘한 노스탤지어의 감정을 일으킨다. 그런거 있잖아, 이제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30년 전 어느날의 에피소드를 얘기하는데, 갑자기 8미리 필름에서 젊고 팽팽한 그녀가 활짝 웃으면서 에이프런을 두르고 나타나는....

그런데 공드리 집안의 오래된 영상중에서 꼬마 공드리의 삼형제를 보여주는데, 어라, 남자애가 아닌가? 아차, 미셸 공드리(Michel Gondry)잖아! 불어권 이름은 발음이 같아도 뒤에 어미가 붙느냐의 여부에 따라 성별이 달라진다는 점을 깜빡했다. Michel이 남자라면, Michelle이 여자인 셈. 그러고 보니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를 인용한게 수백번은 되겠구만, 이상하게도 공드리씨는 성이 귀여워서 그런지 아님 그의 작품들이 귀여워서 그런지 아무런 의심도 없이 여자라고만 생각했다. 미셸 공드리가 남자인지 여자인지가 내게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멀쩡한 중년남성을 오드리 또뚜같은 통통거리는 여자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은 조금 당황스럽다.

그러고 보니 다른 일화도 생각난다. 영국 무용인류학자 중에 안드레 그라우(Andree Grau: 첫번째 e 위에 악상부호 있음)라는 사람이 있다.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글들이 매우 통렬하면서도 정곡을 찔러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다. Andre가 남자이름이라면, Andree는 여자이름인데, 단지 이름이 주는 어감때문인지 아님 안드레 레빈손(Andre Levinson)이라는 유명 무용평론가의 잔영 때문인지, 많은 사람들이 남자로 착각하고 있는 여성학자이다. 나는 다행이 어느 학회에서 이 사람의 발표를 보게되어 짧은 커트머리에 풍채좋은 여성임을 알게 되었지만, 그때 발표에선가 사람들이 자신을 자꾸 "he"라고 인용한다는 말을 지나가면서 했던게 생각난다. 그러고 보면 단지 "이름 석자"로 알고있던 학자들이 실은 밥도 먹고 수다도 떨고 자신만의 취향과 버릇이 있는 하나의 인간임을 깨닫는 것도 학회참가의 큰 소득 중 하나이다.

이름을 보고 성별을 구분 내지는 짐작할 수 있는 서양이름은 그렇다치고, 비서양이름을 인용할 때에는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디까지가 성이고 어디까지가 이름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내 이름도 영어로는 석자를 분리하여 표기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성이고 이름인지 되물어 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허긴, 자주 인용되는 학자들은 결혼을 여러번 하거나 성이 너무 길고 복잡해도 후대 학자들에게 뜻하지 않은 민폐가 된다. 무용학자인 Cynthia Novack이 사실은 Cynthia Bull 혹은 Cynthia Jean Cohen Bull과 동일인물임을 기억해야하며, "인류학자는 발레를 민족무용의 한 형태로 본다 (An Anthropologist Looks at Ballet as a Form of Ethnic Dance)"라는 논문으로 무용학에 있어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가져온 학자인 조앤 키알리이노호모쿠(Joann Kealiinohomoku)는 그 길고 어려운 성 때문에 그녀를 언급하는 교수님들의 발음을 몇 십년 째 부끄럽게 하고 있으니 말이다.  

by okidoki | 2009/10/31 12:41 | nourish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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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oend at 2009/10/31 15:53
가장 최근작이네. 왠지 옛날 작품일거라 생각한 이유는 뭘까? 덕분에 imdb를 찾아봤는데, Flight of the Conchords 의 에피소드 하나를 디렉팅 했다는것도 알게됐어. Flight of the Conchords 너무 재미있는데...그 에피소드 찾아봐야지.. 오늘에야 덧글 봤어. 너무 게을러... 이메일 바로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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